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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밤 뉴질랜드 전역에서 땅의 큰 진동이 있었다. 크라이스트처치의 지진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럭비 월드컵 준결승 경기에서 올 블랙스가 숙적 호주를 완파하여 TV를 보던 뉴질랜드 전체 인구의 반 정도인 2백만 사람이 한꺼번에 기뻐 뛰어 올랐기 때문이다.
나도 12점 정도의 차이로 이길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사실 함부로 확신할 수는 없어서 일주일 내내 초조했었는데, 기대 이상의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환상적인 승리를 했다.
웨일즈 대 프랑스
하루 전 토요일에는 도깨비 팀 프랑스가 논란 가운데 웨일즈를 누르고 먼저 결승행을 확정 지었다. 경기 초반 웨일즈의 주장 선수가 위험한 태클을 하였다 하여, 레드 카드를 받고 퇴장 당하는 바람에 웨일즈는 나머지 시간을 14명이 싸워야 했다.
나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옐로우 카드 정도면 충분했는데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싶었지만, 심판의 결정은 절대적이므로 따를 수 밖에 없다. 절대적인 수적 불리함 속에서도 웨일즈는 용맹하고 싸웠고 경기 내용에서도 더 앞섰지만, 몇 번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쳐서 결국 1점차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향상된 모습을 보여준 팀이고 그래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은 웨일즈이지만, 냉정한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경기 내용이 어떠냐 보다는 결국 결과가 어땠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웨일즈 감독도 키위이고 게다가 현재 뉴질랜드 감독인 그래함 헨리도 수년 전 웨일즈 감독을 맡아 큰 존경을 받았던 적이 있다. 럭비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따지면 아마 전 세계에서 뉴질랜드와 더불어 가장 뜨거운 나라가 아닌가 싶다.
금요일 밤 호주와 웨일즈간의 3,4위 결정전이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참으로 의미가 없는 경기가 3,4위 결정전이 아닌가 싶다. 올림픽처럼 동메달이 걸린 것도 아니고, 결승진출에 실패한 선수들의 저하된 의욕으로 사실 좋은 경기도 기대하기 어려운 법이기 때문이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선수들이 딱하다.
NZ 대 호주
한마디로 올 블랙스가 호주보다 더 좋은 전략(out-thought), 더 뛰어난 체력(out-muscled) 을 바탕으로 훨씬 뛰어난 경기(out-played)를 했다. 특별히 등 번호 1번에서 8번까지의 포워드 선수들은 호주 선수들 보다 더 용맹했고 정확했고 협동심이 강했다.
특별히 경기 종료 10분 전쯤에 상대의 스크럼을 무너뜨리고는 마치 월드컵을 우승한 것처럼 환호하는 모습은 이날 경기의 최고 하이라이트이자 당일 경기를 가장 잘 요약해 준 장면이었다.
이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밟히고 희생하여, 발 빠른 후위 공격수들이 쉽게 공격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우리 인생에도 큰 교훈을 준다. 상처 나서 흉하게 접힌 귀를 가진 많은 포워드 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뉴질랜드 태생이지만 호주의 10번인 퀘이드 쿠퍼 (Quade-Cooper)선수는 몇 달 전 Tri Nations 경기 때 올 블랙스 주장인 리치 맥코 선수를 상대로 지저분한 행동을 하여, 많은 키위들로부터 무척 미움을 받더니 이번 월드컵 내내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도 많은 실수를 함으로써 모국(?)에 보답하였다.
2003년 월드컵 준결승에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뉴질랜드가 호주에게 졌을 때, 경기에 패한 것만큼이나 아픔을 준 사건이 있었다. 바로 경기 종료쯤 호주 주장인 9번 죠지 그래건이라는 선수가 “애들아 4년 더 기다려라! (Four more years, boys!)” 라고 올 블랙 선수들에게 말하는 입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상처 위에 소금 뿌리기여서, 언제 이 말을 되돌려 주나 했는데, 똑 같은 말을 이번에 호주에게 외치는 뉴질랜드 언론의 기사들을 보며 나는 마냥 즐겁다.
양국 수상끼리도 참으로 재미있게 주고 받는다. 죤 키 수상은 2달 전에 있었던 두 나라간 경기에서 뉴질랜드가 호주에게 지면 뉴질랜드 국기 대신 호주 국기 앞에서 인터뷰하겠다고 했다가 실천을 해야만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호주의 총리가 만약 호주가 지면, 오랜 세월 법적인 분쟁 끝에 최근 수입이 재개된 뉴질랜드 사과를 먹겠다고 했고 죤 키는 월요일 사과 한 상자를 보냈다고 한다.
데자부 (Deja Vu)
1999년과 2007년 월드컵에서 충격의 패배를 뉴질랜드에 안긴 프랑스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번에는 결승전에서!
두 팀이 결승에서 만난 것은 첫 월드컵인 1987년뿐이었고, 장소도 이번과 똑 같은 에덴 파크(Eden Park)구장이었다. 당시 승자는 뉴질랜드였으니, 양국 모두 복수전이라 할 만한 이유는 모두 갖췄다.
조별 경기에서도 뉴질랜드가 압도적으로 이겼고 이번 월드컵에서의 프랑스 전력으로 봐도 올 블랙스의 무난한 승리가 정상이겠지만, 워낙 기복이 심한 프랑스 팀이라서 경기 초반부터 확실히 제압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호주를 상대로 승리한 기쁨을 잠시 접어두고 자만하지 않고 침착함만 잃지 않는다면 모든 국민의 염원을 담아, 왜곡되었던 역사를 이번 일요일 밤에 바로 잡을 것이다.
Go All Blacks!! ■

관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