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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며 수필가인 차성욱님의 수필 칼럼  "살며 생각하며" 가 2010년부터 새롭게 시작됩니다. 현재 더니든에 거주하고 있는 차성욱 칼럼니스트가 그동안 뉴질랜드에서 생활하며 생각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여러분들에게 들려드립니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시인, 전 한국문협회원, 월간문학 신인상 수상, 서강대 졸업, 동 대학원 입학, 사랑의 소리 방송(서강대와 KBS 공동 설립, 현 KBS 제 3 라디오) 서강 Station 총무국장 역임, 시집 ' 남은 날들의 초상 ' 출간

아름다운 세상, 꿈꾸던 세상

조회 수 822 추천 수 0 2011.10.28 11:31:22

DSC01754.JPG 길을 가다가 가끔씩 멈춰 설 때가 있다. 때로는 갈 길이 바쁜데 그 향기에 혹하고 그 빛깔에 반해서 한동안 발목이 잡히기도 한다. 꽃 가게 앞에서 자주 겪는 일이다.


비단 꽃만이 아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 남극에서 헤엄쳐온 길 잃은 황제 펭귄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사람들이다. 위 세척 장면을 TV로 보면서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내시경으로 촬영한 펭귄의 위장은 모래로 가득 찼고 3번의 수술을 거쳐야만 했다. 추운 남극에서는 물 대신 얼음을 먹고 살기에 3,000 Km이상이나 떨어진 뉴질랜드 해변가로 떠 내려와 배가 고픈 나머지 얼음으로 착각하고 모래를 먹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었다. 남극의 신사 황제 펭귄 Happy feet는 결국 생명을 건졌고 고향으로 되돌아 갔다.내시경은 사람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10개월 된 꼬마 펭귄에게도 시술되었다. 이 이야기는 BBC는 물론 전 세계 방송사의 주요 뉴스로 다뤄졌는데 한국의 KBS TV 9시 뉴스에도 상세히 보도되었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분쟁이 멈추질 않는다. 중동의 화약고는 늘 불안하고 아프리카 역시 가다피가 사살되었다고는 하나 여기저기서 독재자의 살인 만행이 계속되고 있다.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분단 국가 한반도는 허리가 잘린 채 아직도 신음하고 있으며 군사적 긴장감 속에서 수 많은 인명이 희생되기도하였다. 사람의 생명이 한갓 미물에 불과한 새 한 마리보다 못하지 않을진대 인간이 저지르는 온갖 만행은 참으로 야만적이고 폭력적이다.


“호주를 방문했을 때 우리 교민들이 들려준 이야기 중에 ‘여기가 지상 낙원입니다’라는 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브리스번과 시드니는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 입니다. 하늘, 땅, 바다, 공기가 아주 깨끗하고 맑고 푸르렀습니다. 그런데 교민들이 ‘여기가 낙원입니다.’라고 말한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교민들 얘기가 호주, 뉴질랜드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존재는 어린이랍니다. 그 다음이 장애인, 노약자, 부녀자, 그 다음이 동물, 그리고 남자 이런 순이랍니다. 남자가 맨 끝으로 온 것은 남자를 천하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남자를 앞선 이 모든 사람들, 심지어 동물까지도 아끼고 보호해야 할 책임을 누구보다 먼저 지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말을 듣고 감동했습니다. 이렇게 사람을 우선시하고 어린이들을 비롯해 악한 사람들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마음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가치관이 한 사회를 아름답게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저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화신문 김원철 기자 엮음, 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기 추모 집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 중에서)


‘지상에 남은 마지막 낙원’ 이라는 이곳 뉴질랜드가 실감이 날 때가 있었다. 우리 집은 앞뒤 좌우 사방으로 초원이다. 양과 소와 말과 염소가 수시로 찾아온다. 소가 우는 소리에 잠을 깨기도 하고, 닭이 우는 소리에 눈을 뜨기도 한다. 앙증맞은 새끼 양들이 엄마 뒤를 졸졸 따라 다니는가 하면, 개구쟁이 검은 젖소들이 달리기 시합도 하고, 말썽꾸러기 염소들은 철조망을 뚫고 우리 집 마당까지 침입하기도 한다.


어느 날 나는 염소 두 마리를 키우기로 했다. 집에 딸린 150평 정도의 빈 땅이 잡초로 무성하여 잔디 깎기 대신에 염소를 키울 작정이었다. 실제로 앞집에는 두 마리의 염소가 이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서너 시간 걸리는 먼 거리를 차를 몰고 여기 저기 수소문하여 마침내 염소 목장을 찾게 되었다. 새끼 염소들이 신나게 들판을 뛰어 놀고 있었다. 저 중에서 잘 생긴 암 수 두 마리를 골라서 우리 집 새 식구로 데려올 생각을 하니 마냥 기뻤고 어느새 염소가 가족처럼 느껴졌다. 목장 입구에 있는 집 안으로 들어가니 아주머니 한 분이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찾아 온 이유와 사연을 설명하니 별 문제 없이 OK 하였고 가격까지 정해 주었다. 생각보다 비싸지 않아 물어 물어 힘들게 찾아 온 보람이 있어 다행이었다.


이때였다. 장화를 신고, 큰 모자를 눌러 쓴 건장한 중년의 남자가 멀리서 인사를 한다. 이어서 아주머니는 남편에게 달려가 그간의 이야기를 상세히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주인 남자는 나에게 물었다. 새끼 염소 두 마리를 어떻게 키울 거냐고. 목줄을 묶어 여기 저기 옮겨 다니며 풀을 뜯게 하겠노라고 하니, 고개를 좌우로 갸우뚱 거리며 ‘NO’ 였다. 지금 당장은 못 데려 간다는 것이다. 저렇게 마음대로 뛰어 노는 새끼를 목줄로 죄어 놓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돈을 받고 팔기 위해 동물을 키우는 목장 주인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팔고 나면 그만일 텐데 무슨 스트레스 받는 것까지 걱정을 할까?


아쉬워하는 나를 보고 주인을 말했다. 두 달쯤 뒤에 다시 오면 어떻겠냐고. 자기가 직접 목줄을 매어 충분히 훈련을 시켜 목줄에 익숙해 진 후 스트레스를 감당할 만큼 되었을 때 가지고 가라는 것이다. 기가 막힌 명답이었다. 어려웠던 문제가 이렇게 쉽게 풀린 것이다. 돈보다도 사람보다도 염소의 건강과 행복이 더 걱정되는 시골 농부의 아름다운 마음에 나는 큰 충격을 받고 돌아왔다.
모든 것 다 버리고 옷 가지 몇 벌만 챙겨 아주 살기로 작정하고 찾아 온 이곳 뉴질랜드가 오래 오래 ‘지상에 남은 마지막 낙원’ 이기를, 아울러 남극의 황제 펭귄 Happy feet 도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기원해 본다.


이런 아름다운 마음들이 널리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중동에도,


아프리카에도,


사랑하는 나의 조국 한반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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