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넷질랜드에 연재된 글 및 칼럼을 모아 놓은 곳입니다.
(글머리에)
우리는 일상생활에 바쁜 탓으로 떠나온 한반도 정세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잊어버리기 쉽지만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황 파악은 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정세는 복잡하고 위태로운 것 같은 가운데서도 그런대로 굴러가니 차라리 모르는 게 골치 덜 아프고 마음 편하다고 할 지 모르지만 해외에서 지내는 많은 사람들의 생활 근거가 모국임으로 한국, 나아가 한반도 정세가 좋아야 우리도 가슴 펴고 살 수 있고 장래 희망을 가질 수 있겠지요. 저는 이민 오기 전 10여 년을 남북관계, 통일문제 관련 기관에서 일했던 적이 있는 관계로 한국을 떠나 이곳에 와서도 늘 한반도 정세, 남북관계에 관해 자료들을 읽고 추적하면서 글을 써 왔습니다. 최근 북한이 내외적으로 상당히 어려움에 처해 있고 북한 동포들의 삶이 비참한 상황이라고 함으로 이 문제에 대해 자료를 정리하고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우리는 이번 고난주간에 삶에 큰 어려움을 겪는 북한 동포들을 위해서 다 같이 기도해야겠습니다.
(본문)
한반도는 분단된 채 60여 년 동안 남북 간 전쟁, 체제 경쟁, 각종 회담, 남북 정상회담, 교류 협력이 이루어지다가 북 핵, 금강산 관광객 살해 문제 등으로 지금은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있는데, 북한은 현재 경제난으로 또 다시 주민들이 굶어 죽어 가고 탈북자들이 속출하는 등 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굶어 죽어 갔던 1990년대와는 다르다’‘사람들이 뭔가 일어날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한다’는 등의 탈북자들의 증언은 북한 주민들의 사고와 움직임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 우선 탈북자들의 증언, 극심한 경제난의 북한에 관한 언론 보도를 살펴봄으로써 상황을 피상적이나마 파악하도록 하겠다.
지난 3월 4일 서울 프레스센타 기자회견에서 두 여인이 쉼 없이 굵은 눈물줄기를 흘리면서 증언했다고 한다. 한 여인은 탈북한 후 중국에서 한국 남자와 결혼, 아들 낳고 살다가 2003년 북한으로 끌려갔는데 ‘한국 종자를 낳았다’며 벌을 세웠고, 하루 한 끼 그것도 죽만 주었는데 본인은 먹지 않고 두 살 아들이 울 때 조금씩 먹이면서 아들을 살려야겠다는 각오로 버텼다고 증언했고, 또 다른 여인은 탈북했으나 2005년 중국에서 붙잡혀 북한으로 송환된 뒤 수용소에서 아들은 낳자 중국 아이를 낳았다며 갓 태어난 아기를 엎어 놓아 질식사시켰다는 것이다. 이 증언자들은 ‘수용소에서 체계적인 고문과 구타를 당했고 성적 수치와 폭행을 겪었다. 우리에게 가해졌던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한다’면서 인권을 지독히 유린하는 북한 권력을 국제형사재판소에 고발하는 탄원서를 내는데 150명의 탈북자들이 함께 서명했다고 한다.
북한은 핵 개발 강행으로 국제적 제재를 받고 외부의 원조가 차단되어 식량난이 가중됨에 따라, 주민들은 먹을 것을 찾아 만주로 중국으로 넘나들곤 했었는데 체제 위기를 느낀 김정일 정권은 탈북자에 대한 가혹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얼마 전 식량을 구하러 두만강을 건너는 50여 명의 도강자(渡江者)들을 무차별 총격을 가해 살해했다는 참혹한 보도가 있었다. 그들은 기본적 생존 문제인 식량문제도 해결해 주지 못하면서 먹을 것을 찾아 나서는 불쌍한 주민들을 동물과 같이 취급하는 야만성을 보이고 있다. 중국으로의 탈북이 증가함에 따라 중국도 인도주의에 반하게 이들을 북한으로 자꾸 되돌려 보냄으로 탈북자들은 잡히지 않으려고 중국에서 동남아로 인도로 떠돌이 생활을 하는 유랑민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탈북자들의 남아 있는 가족 친척들이 학대당함은 말할 것도 없고, 송환되었을 경우 수용소에 억류하여 인간 이하의 가혹행위를 받는다는 사실이 일부 증언자들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과거 소련 공산주의 시절 차가운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가련한 수감자들을 연상케 한다. 실로 가슴 아픈 일이며 우리는 북한 동포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쉬지 않고 뜨겁게 기도해야겠다.
작년 12월 25일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인 젊은 인권운동가 로버트 박(29세)은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서 순교를 각오하고 용감하게 입북했다. 김정일의 회개(悔改), 정치범 수용소 해체와 국경 개방, 자유로운 거주·이전의 자유를 허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회개하는 자에게 하나님은 자비로우시고 관대하시다. 주님은 당신(김정일)을 사랑하시고 당신과 북한 인민들을 구원하기 원하신다. 죽어가는 북한 인민들을 살릴 식량, 의약품, 생필품을 가지고 가니 국경의 문을 열어 주기 바란다. 모든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시키고 정치범들을 석방시킬 것을 요청한다.’는 요지의 편지를 보내고 두만강을 통해 북한에 들어갔으나 국경을 넘자 말자 체포되었다. 박은 폭행을 당함은 물론 옷을 벗기고 극도의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는 성 고문도 겪고 나서 정신 나간 사람이 되어 그들이 시키는 대로 ‘북한은 너그럽고 인권을 존중한다. 내가 창피하게 생각한다.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서명하고 꼭두각시 기자회견을 하면서 금년 2월 5일 45일 만에 석방되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숭고한 정신으로 입북했으나 사악한 정권에게 죽도록 얻어터지고 고문당하여 반병신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그는 가족들을 만나자 마자 울음을 터뜨렸고, 정신적 육체적 충격이 너무 커서 곧바로 정신과 의사에게로 갔다고 한다. 북한 정권의 가혹행위를 짐작케 하는 사례이다.
탈북자들의 많은 증언들이 있지만 너무 길어짐으로 이만 줄이고, 북한에 식량난이 왜 다시 크게 일어나는지, 얼마나 큰 지, 주민들이 얼마나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북한 정권은 구 소련, 동유럽 등 효용성이 없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고집하고 계속함으로써 생필품 등 물자 생산 조달의 한계를 가져와 배급체계가 무너진다. 1990년대 후반부터 곳곳으로 번지기 시작한 마을 단위의 사(私)시장이 번창함으로 중앙집권, 계획경제 시스템을 재정비하기 위해 작년 11월 30일 전격적인 화폐개혁을 단행하였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는 새 화폐보다는 달러나 상품을 보유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져 시장 상인들은 상품을 내 놓지 않고 주민들은 물건 사재기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이에 따라 작년 11월 화폐개혁 직후 달러 당 30원하던 환율이 금년 1월 하순 530원으로 급상승하였고, 쌀은 공시가격이 Kg당 20원이었는데 1월 하순 30배인 600원대로 뛰었다고 한다. 악화된 경제현상으로 벼랑 끝에 몰린 주민들은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김정일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고, 보위부원들 앞에서조차 ‘이젠 악밖에 안 남았다’며 저항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최근 사태는 김씨 일가의 유일(唯一)권력이 ‘시장, 민심과의 전쟁’에서 밀리고 있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구조적인 경제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김정일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악화되고 있어 권력을 어린 김정은에게 넘기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데, 3대 세습의 유리한 여건을 마련하고자 단행한 화폐개혁이 실패로 돌아가자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을 해임하고 최근에는 총살까지 시켰다고 알려진다. 화폐개혁 실패에 따른 주민 불만이 김정일에게 쏠리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박남기를 희생양으로 처단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희생양으로의 처리는 1995-96년 대홍수, 대 기근으로 수백만 명이 굶어 죽어가고 탈북 행렬이 시작되자 1997년 당시 노동당 농업담당 비서 서관히를 ‘미제의 고용간첩’으로 몰아 평양 시민들 앞에서 공개 처형했던 것과 닮은꼴이다. 또 1992년 남북 고위급 회담이 한창일 때 북한 경제팀을 이끌고 서울을 방문했던 김달현이란 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이 김일성의 신임을 받던 엘리트 경제통이었는데, 서울 방문에서 북한의 살 길은 개혁 개방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친한국 마인드를 가졌으며, 인민들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후화되어 생산성이 떨어진 흥남 비료공장을 재건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추진하다가 ‘반혁명적 변절자’로 몰려 좌천된 후 2000년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당시 김 부총리의 계획대로 흥남 비료공장이 보수 되었더라면, 그리고 경제 시스템 개선에 박차를 가했더라면 북한 주민 수백만 명이 굶어죽는 대 참사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또 지금 다시 식량난에 허덕이는 양상을 겪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북한의 개혁 개방이라는 과제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어려운 문제로 여겨진다.
북한은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강도, 살인사건 등 강력범죄도 급증하여 함경북도 회령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7시 이후 통행금지 조치까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가? 노동당 중앙경제 정책검열부가 지난 1월 초부터 2월 26일까지 주민 실태조사를 한 결과, ‘굶어 죽었다’가 2000명 이상, ‘죽기 직전’이 5600명 이상 접수되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노동당 관리들이 화폐개혁 실패에 대해 공개 사과를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번 식량난은 특권 계층에까지 심각하게 영향을 미쳐 북한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국제구호단체 관계자들이 전에는 스카치위스키를 선물로 갖다 주면 아주 좋아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고 ‘다음 올 때는 식량을 좀 가져오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북한 식량난으로 주민들의 영양상태가 안 좋다는 통계자료도 있다. 한국 정부가 2005-2008년 입국한 북한 이탈주민 8,214명(성인 6,967명, 18세 이하 1,2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4년간 탈북주민 검진 현황’(국회 제출)에 의하면 탈북 청소년(13-18세)의 평균 신장은 남 156, 여 151Cm, 남한은 남 169, 159Cm로 북한과 남한 청소년 간의 체격이 아주 크게 차이가 난다.
북한에 먹을 것이 부족하여 아우성인 반면 의외로 DVD 삐라의 확산 환경은 좋다고 한다. 북한 도시의 경우 70-80% 가정에 DVD 플레이어가 있고 군대에도 소대마다 플레이어가 있다고 탈북자들이 말한다. 민간 대북 풍선 보내기 운동의 ‘대북풍선단’은 자체 제작한 400장 정도의 DVD 삐라를 풍선에 매달아 날려 보냈는데 추적 결과 일부 전단은 평양 인근까지 날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단파 라디오인 ‘북한개혁방송’이 대청해전의 진상을 다룬 ‘서해 무장충돌의 진실’ ‘김정일 위원장의 호화생활’을 주제로 만든 영상물을 보냈더니 무단 복제되어 널리 전파되고 영상으로 보게 되니 안 믿을 방법이 없어 정보 확산효과가 크다고 한다. 앞으로도 여러 주제의 DVD 영상물 삐라를 제작해 북한에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차단할 수 없는 것이 정보혁명의 현실이다.
우스운 일은 지난 해 개봉된 ‘2012’라는 미국 영화에 대한 해프닝이다. 이것은 2012년 지구에 거대한 재해가 발생해 인류가 멸망 위기를 맞는다는 재난 영화인데, 북한의 한 남성이 중국에서 들어온 이 DVD 해적판을 봤다가 아는 사람의 밀고로 체포되었고 이 같은 사건이 여러 곳에서 자꾸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에서 2012년은 김일성 전 주석 탄생 100주년이자 그들이 말하는 ‘강성대국’ 원년으로서 특별한 해인데, 이런 성스러운 해에 인류 멸망을 거론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 것은 국가 발전에 대한 중대한 도발로 간주하고 보다가 걸리면 징역 5년 이상의 형에 처한다고 한다. 또 앞으로 새로 태어나는 아기에게 후계자인 ‘김정은’이란 이름을 부칠 수 없다는 지시를 내렸다는 넌센스 이야기가 들린다.
아무튼 김정일 정권은 체제 유지를 위하여 아직도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집하면서, 분에 넘치는 핵 개발과 ‘선군정치’로 만성적인 식량난을 비롯한 극심한 경제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다. 국내외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을 ‘동토(凍土)의 공화국’‘수용소 국가’‘김일성 일가 왕국’‘주체 이념의 나라’‘지구촌 최빈국’ 등 여러 가지 비유 호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북한이 결코 나라 이름처럼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이라고 할 수 없고, 오로지 체제유지를 위하여 핵을 개발하고 군대를 우위로 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인민을 억압하고 굶겨 죽게 만드는, 인권 최악, 주민의 삶의 질이 아주 나쁜 국가라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든 결과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히틀러나 스탈린과 같이 사악한 독재자, 전제군주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 압제 속에서 우리의 동포들은 지금 고난을 겪으면서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
현재 북한에는 전과 다른 주민 동요가 일고 있어 김정일 정권의 체제 위기로까지 여겨진다.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북한 전문가 마커스 놀런드 부소장은 ‘지난 10년 간 북한 내 사설시장이 규모와 영향 면에서 급속 성장하고 대부분의 주민들도 식량이나 일자리를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게 되는 등 북한 정권의 기반이 크게 변화했다.’‘북한 주민들이 주로 남한이나 중국, 미국 등지로부터의 방송을 통한 대체 정보원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노동자의 낙원‘이라는 신화적 이미지가 손상되고 있으며, 권위주의적 통치를 뒤흔들 수 있는 정보의 홍수 위험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정권에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나 갑작스런 분열 가능성이 여러 가지 있다. 그러나 북한의 급변 사태는 한반도에 큰 혼란을 불러오고 민족적으로 재앙이 될 수 있음으로 점진적인 변화가 바람직하다. 북한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같은 민족을 겨냥한 ‘선군정치’의 개념에서 탈피하여, 경제 우선의 ‘선경(先經)정치’로 전환해야 하며, 인민의 삶을 최우선시하는 ‘선민(先民)정치’로 승화되도록 남한이 유도하고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 주민들이 현재의 악조건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우리 동포는 쉼 없이 기도해야 한다. 전능하고 자비하신 주여! 북한 지도층을 야망의 늪에서 건져 주시고 사람을 사랑하는 따뜻한 인간으로 변화시켜 주소서! 억압 받는 북한 동포들을 사악한 무리들에게서 구해 주소서! 북녘 동포들이 인권이 보장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29/3/2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