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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이목을 끌다가 2011년 12월 17일 죽은 김정일의 업적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외화내빈(外華內貧)이었다.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 무기를 만들어 군사 강대국을 추구하며 동남아 평화와 한국의 안보를 계속 위협해 온 반면, 북한 주민들에게는 무엇하나 제대로 한 것 없이 고통만 주어 온, 사악(邪惡)한 독재자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몹시 궁핍하여 아사자(餓死者)와 탈북자들이 속출하는데도 인민 탄압을 통해 자신의 영달을 추구한, 더구나 현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김씨 왕조 3대 세습’을 준비해 놓고 갔다.
비공식 공동 통치기간 37년간(1974년 후계자로 추대된 이후부터), 공식적인 집권기간 17년간(1994년 김일성 사망 후부터) 김정일은 민족과 북한 주민을 위한 밝은 미래의 바탕을 마련하기보다는 그늘만 쫓았다. 한 때(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하여 남북 화해협력의 관계를 열기도 했으나 뒷구멍으로 핵 개발하여 세계와 한국을 공갈 협박하였다. 유혈(流血)과 폭력, 테러와 집단 아사(餓死)로 얼룩진 폭정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1976, 버마 아웅산 묘지 폭탄 테러사건(1983), KAL기 폭파사건(1987), 두 번의 서해상 한국 해군 기습사건(1999, 2002), 천안함 폭침(201. 3), 연평도 포격(201. 11)을 비롯하여 두 번의 핵 실험, 여러 번의 미사일 발사 등 수많은 폭력과 테러를 일삼음으로써 Terrorist로 낙인찍히고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었다. 결과적으로 김정일 시대의 북한은 20세기에서 멈춰버린, 역사에 한참 뒤떨어진 폐쇄국가가 되어 버렸다.
김정일 사망에 따른 우리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북한이 내부안정을 위해 엉뚱하게 대남 도발을 감행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 다음으로 남북관계의 발전과 통일에의 서광(曙光)이 비치는가이다.
현재 후계자 김정은이 장례서열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당분간 권력 안정은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김일성 김정일이 다져온 인민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강한 통제가 있었으므로 김정은 체제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 심한 권력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보인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과 그의 후견인 겸 강력한 경쟁자인 고모부 장성택 사이에 밀고 당기기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또 다른 문제는 어려운 경제상황이다. 인간이 먹는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의도하는 모든 것들이 잘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내부 자원이 고갈된 상태에서 과거와 같이 자력갱생(自力更生)의 방식으로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중국이 도와주면서 중국식 개혁 개방으로 유도하는 것이 북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으며, 또한 한국이 핵 문제 등 원칙만 해결된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실제로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1961년 맺은 우호협조조약(동맹조약)이 유지되고 있어 북한 내부에 급변사태 등 불안 조짐이 보이면 중국은 적극적으로 북한을 도울 가능성이 크다. 급변상황으로 인한 대량 탈출사태가 중국으로 번지는 것을 중국은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가 경제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야심가’가 나타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내부의 혼란과 어려움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대남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는 지금 대남 군사도발을 벌일 경우 가뜩이나 취약한 북한이 한방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것이다. 오히려 한국이 무엇을 시도할 것인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국경을 차단할 것이다.
김정은이 확실하게 권력을 잡는 경우 일정 기간 그의 체제로 굴러갈 것이지만 권력안배와 합리적인 정책선택을 위해 집단지도체제로 바뀔 수도 있다. 독재자 김정일이 없는 북한은 전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북한은 지금 내부 문제에 정신이 없어 대외적으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고 살아 나가기 위해서는 개혁 개방으로의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정일의 사망은 한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관측된다. 한국은 북한정세를 차분히 살피면서 변화에 대한 대응태세를 갖추고 통일 대비도 착실히 하여야만 한다고 본다. (21/12/2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