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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 중 언제든지 맘이 내키면 친구들을 찾아 학교를 몇 번이고 둘러 볼 수 있고 매일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등교하는 불편도 겪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학교에서 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좀 더 어렸더라면 ‘학교에서 산다’는 것 자체를 끔찍이 싫어했겠지만 지금 내 보금자리인 대전대학교 기숙사는 정말로 재미있다.



처음 기숙사에 들어갔을 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엉뚱한 짓을 하곤 했다.



어느 날 밤, 복도에서 들리는 고함에 소스라치게 놀라 뛰어 나가보니 기숙사 점호를 한다고 한다. 한국말로 하기 때문에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 한국학생들은 주 1회 점호를 받아야 하지만 우리 국제학생들은 언어장애(!)를 핑계로 열외 되는 혜택은 물론 2인 1실의 호사까지 누리며, 방에 냉장고, 텔레비전, 전자레인지까지 갖춘 문화 혜택을 누리고 있다.(대전대학교 관계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일본에서 온 ‘히로시’ 군과 방을 같이 쓴다. 히로시는 나의 강점(?)인 영어보다 한국어를 훨씬 잘 한다. 처음에는 내가 한국어를 잘 못해서 문화인 같은 의사소통이 힘들었지만, 내 한국어 실력이 점점 나아져 감에 따라 지금은 말 그대로 세련된 국제교류를 이뤄가고 있다. 일취월장! 천만다행! 감지덕지(?).



히로시가 도착한 날은 화창한 봄날이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그는 정말 심!하!게! 코를 골았고 참는데 한계를 느낀 나는 반대편 구석의 맨 바닥에서 2시간의 초 단시간 수면으로 그와의 동거를 시작했다. 바닥에서 자본 적 없는 나는 다음 날 너무 피곤했고 등이 부러질 것처럼 아팠다. 내 황당했던 한국체험 1호였던 찜질방에서도 얇은 깔개는 있었는데….



히로시가 구해다 준 귀마개를 꽂고 한국의 봄을 나고 서늘한 가을인 지금은 그의 코고는 소리도 나긋나긋해졌고, 이젠 나도 이력이 붙어 별 불편 없이 단 꿈을 꾸며 잘 수 있게 되었다.



기숙사에서 짬만 나면 밖에 나가 친구들과 모래 주머니 차기를 한다. 최근에 일본학생 4명이 더 와 게임 인원이 늘었다. 3층 베란다에서 하기 때문에 잘못 차 떨어뜨리면 내려 가서 위로 던져 올려야 한다. 못 던져 올리고 끙끙대는 친구들을 위에서 약 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때론 함께 컴퓨터 게임을 하기도 하고 저녁에는 기숙사 밖에 앉아 얘기도 나누고, 친구 조(Joe)가 연주하는 기타소리를 들으며 가족들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빨래는 기숙사 건물 다른 쪽 끝에 있는 세탁실에서 한다. 기계에 500원을 넣고 세탁한 후 베란다에 널어 햇빛에 말리면 끝! 때론 화장실 때문에 고역을 겪는 운 없는 날도 있다. 오늘 아침에만 해도 화장실을 다섯 군데나 들여다 보고 나서야 화장지가 있는 곳을 찾았다.



각 층에 두 개의 샤워장이 있고 각 샤워실 마다 샤워기가 세 개씩 있어 공동으로 사용한다. 나는 공동으로 샤워해 본 적이 없어 너무 쑥스럽지만 샤워 꼭지만 쳐다보도록 주의하면서 샤워를 한다. 다른 몇몇 국제학생들 중에는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수영복을 입고 샤워하는 애들도 있다. 샤워하러 가는 그들을 마주치면 나는 “수영하러 가니?” 하고 놀려 주곤 한다.



학생식당은 깨끗하고 식사하기에 편안하다. 가끔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닭 튀김이 나오기도 하고 어느 날은 정말 먹기 싫은 두부가 나오기도 한다. 대부분의 음식은 맛도 좋고 영양도 잘 계산해 나온다. 방학 중에는 문을 닫기 때문에 매 끼니를 사먹어야 한다. 개학해 다시 학생식당 밥을 먹게 되니 얼마나 좋은 지 모르겠다.



야식이 생각나면 친구들과 학교 근처 야식집에 전화해 닭 튀김이나 피자를 시켜 먹기도 한다. 늦은 저녁 기숙사 바로 앞까지 배달해 주니 이 얼마나 편리한가! 뉴질랜드에서는 겪어 보지 못한 최신식 배달문화에 감격 또 감격!



우정과 재미로 가득 찬 대전 대학교 기숙사 생활은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경험이며 앞으로 절대 잊지 못 할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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