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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보다 무서운건?

Kiwi의 한국 체험기 조회 수 3178 추천 수 0 2008.05.09 14:12:00
봄의 절정에 다다른 한국 요즘 날씨는 여름이 그리 멀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4월 초가 되자 대전 주변의 산들에는 벚꽃이 만발했다. 흰색, 분홍색의 꽃잎이 날리는 우리 학교 캠퍼스도 봄의 화사함을 맘껏 자랑 중이다. 산과 언덕에 새로 보이는 색상들이 참 보기 좋다. 맘껏 봄날을 즐기는 한국의 축제 분위기가 흥겹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도 이 축제의 대열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중문과 학생들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친구들이 나와 내 친구들에게 학교 끝나고 계획에도 없던 ‘꽃놀이’를 가자고 제안한 것이다! 시원한 밤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은 우리가 듣고 있는 MP3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듯 했고 나무 아래 자리잡은 우리는 실컷 노래하며 취흥을 돋우었다.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밤이었다.



한국 대학생에게 봄은 중간고사를 의미한다. 나도 중간고사를 이제 막 다 치렀다. 나는 이번 학기에 한국어x 2, 중국어x 1, 일본어x 1, 이렇게 4개 시험만 보면 되었지만 내 친구들은 나보다 훨씬 여러 과목의 시험을 치러야 했다. 시험기간 동안 도서관에는 24시간 불이 켜져 있는 듯 보였다. 몇몇 친구들의 영어시험 준비를 도와 주면서 영어문법이 정말 배우기 어렵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나는 대체로 시험을 잘 본 것 같다(희망사항!).



봄이 왔는가 싶더니 날씨는 벌써 여름날이다. 봄 계절이 있는가 싶을 만큼 날이 빠르게 더워지는 것 같다. 날이 더워지니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닐 수 있어서 좋다. 어떤 날은 제법 뜨겁게 덥다. 나는 더워 땀을 흘리는데 동남아시아 에서 온 친구들은 이 정도는 그저 시원한 정도라며 눈도 꿈적하지 않는다. 여름이 오면 ‘한국의 불볕 더위’를 온 몸으로 겪게 되겠지. 한국 더위여, 나에게 덤벼라!



시내에서 정말 길게 아이스크림을 뽑아 주는 가게를 찾아냈는데 더운 날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아이스크림 길이가 엄청 길어서 먹다가 콘에서 떨어지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는 게 한가지 단점이라면 단점이랄까?



내 친구가 워낙 쇼핑을 좋아해서(?) 시내에 자주 가는데 버스보다 편하고 빠른 택시를 자주 탄다. 한 일주일쯤 전에 내가 겪은 택시 모험담을 들어 보시라!



보통 때처럼 택시를 탔는데 이번 택시는 택시가 아니라 제트폭격기를 탔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기사 아저씨가 어디로 가냐고 물어서 우리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은행동 동방마트에 가주세요.” 했다. 대답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총알 같이 출발한 택시는 퇴근시간 밀려드는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 비키고 바뀌는 신호를 거침없이(!) 통과했다.



코너를 돌 때 몸이 한 쪽으로 사정없이 밀리며 생명의 위협을 느낀 나는 세 번의 시도 끝에 안전벨트를 끼울 수 있었지만 내 친구는 그것도 할 수 없어서 발로 문을 밀며 몸을 지탱했다. 빵빵대는 경적 소리만이 우리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려 주는 것 같았다. 의기양양하게 초고속 전력 질주를 끝낸 기사 아저씨는 예상 시간 보다 훨씬 일찍 우리를 도착지에 내려 주었다.



요금을 내고 가까스로 “감사합니다” 까지 마친 후 길에 발을 디딘 우리는 여전히 충격에 쌓여 서로를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뉴질랜드 번지 점프는 한국 총알택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확신하며 떨리는 가슴을 쓸어 내렸고 내 친구는 다리가 후들거려 반듯한 길을 비틀거리며 걸어야 했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시내에 나왔으니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친구와 시내의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지하상가, 시장 등을 두루 구경 다닌 끝에 지하상가에서 저렴하고 맘에 드는 옷 가게를 찾았다. 한국에서 여름 나기에 필요한 대부분의 옷은 거기서 구입했다.



여기서 잠깐 상식문제를 풀고 가보자.

<질문 1> 해외 여행객이 쇼핑 전쟁에 나갈 때 갖추어야 할 무기는?

<답> 돈과 사전.



<질문2> 한국 시장에서 쇼핑할 때 꼭 필요한 비장의 무기는?

<답> “깎아주세요!”



나도 지금은 흥정을 위해 적당한 줄다리기를 할 줄 알게 되었다. 시장에서는 물건에 붙은 가격표가 정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엔 몰랐었다. 가방을 사러 갔을 때 가게 아가씨가 깎아 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 나를 이상하게 여기는 것을 보고 친구에게 물어 보았더니 한국 가게에서는 물건 값을 흥정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내가 살던 사우스 오타고에서는 아무도 이런 흥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도 물어 볼 때 마다 기분이 이상하지만 부모님이 보내 주신 돈을 조금이라도 아껴 보고자 “깎아주세요” 하고 물어 보는 것을 잊지 않는다.



내가 여기서 잘 산 것 중 하나는 선글라스다. 플라스틱 몸체에 안경알 대신 막대가 쳐진 특이한 디자인으로 재미있게 생겼고 가격도 저렴해서 하나 샀는데 맘에 든다. 롯데백화점 주차장 근무하는 어여쁜 차량 안내 도우미들이 뉴질랜드에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놀이공원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춤 같은 몸 동작으로 차량을 안내하는 것이 참 재미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쇼핑객 천국이 바로 여기라는 생각을 갈 때마다 하게 된다. 롯데백화점은 내게 그것의 원래 목적과는 다른 맥락의 활동무대를 제공해 준다. 하나,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게 맛있는 롯데리아 불고기버거를 먹을 수 있는 곳, 둘, 지갑보다는 눈이 주체가 되는 ‘아이쇼핑’을 하는 곳.



이번 달에도 내가 좋아하는 삼겹살 집에 갈 기회가 생겼다. 이번에는 대전대 국제무역학과 학생들과 동남아시아 학생들과의 모임이었는데 한국 학생들과 만나 맛있는 음식까지 먹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거기서 해밀턴에서 고등학교를 1년 다닌 적이 있다는 학생을 만났는데, 그가 이제까지 내가 만난 한국 친구들 중 유일하게 뉴질랜드에 가 본 적이 있는 친구다.



뉴질랜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그리고 그날은 처음으로 우리 테이블의 고기를 내가 구워 볼 수 있었는데, 고기를 가위로 잘라야 한다는 것을 자꾸 잊어 버리고 집게로 자르려 했던 것만 빼면 초보 삼겹살 요리사 입문에 별 무리는 없었던 것 같다. 한참을 그렇게 고기를 굽고 소주도 곁들여 마신 후 드디어 우리는 노래방에 가보기로 했다.



노래방 안으로 들어서자 물속에 빠지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파란 불빛이 가득했다. 거기서 몇 순배 더 돌리고 나서 우리는 노래를 본격적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좁은 노래방은 금방 한국 인기가요, 동남아 가요, 영어팝송 등으로 떠들썩해졌다. 옛날 노래나 요즘 노래나 모두 우리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몇 차례씩 부르고 난 다음부터 우리는 서로 다른 말로 된 노래들을 따라 불러보며 정말 좋은 밤을 멋있게 장식하고 헤어졌다.



이번 달은 중간고사 덕분에 다소 조용히 지나간 것 같다. 어린이 날이 끼어 있는 다음 주에는 서울에 종묘제례를 보러 가려 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호에 쓸 예정이다.



<알림> 위에 언급된 택시사건은 재미를 위해 약간의 각색이 가미된 것임을 밝힙니다. 실제 기사 아저씨는 어눌한 우리 한국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 주셨고 운전기사로서의 임무를 잘 수행하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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