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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의 말 길들이기

샐리의 NZ 들여다보기 조회 수 4024 추천 수 0 2007.10.26 10:21:07
말은 예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한테 유익한 동물이었습니다. 서양에서는 자동차가 나오기 전 경찰관들이 흔히 말을 타고 다녔다더군요. 여기 키위 여자 애들은 그래서 그런지 우리말로 하자면 ‘조랑말’ 여기 말로 ‘pony’를 가지고 싶어하는 애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왜 그 애들이 ‘포니’가 가지고 싶은지 잘 이해는 안되지만 말 타는 데 가보면 거의, 아니 100% 가까이 여자아이들입니다. 제가 가는 승마장도 일하는 아저씨 하나 빼고 다 여자 애들입니다. 아마 키위 남자애들은 모두 럭비장에나 가 있는 게 아닐까요?



제가 승마장에 다닌 지 거의 3년이 되갑니다. 솔직히 처음 승마를 시작할 때는 굉장히 떨렸습니다. 물론 처음 갔을 때 탈 차례를 기다리면서 말 타는 애들을 보며 생각한 건, ‘뭐 이거 별 거 아니네. 고삐만 제대로 몰면 말이 알아서 가는 것 갔구만 뭐…’ 하는 정도로 우습게 보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올라 탔을 때는 다리가 후들후들, 가슴이 벌떡벌떡, 정말 떨렸습니다. 왜냐면 거기서 일(?)하는 말들은 눈치가 빨라 ‘초보’가 올라타면 즉시 알아채더군요.



당연히 저를 처음 태운 녀석도 단박에 저를 알아보고 한 마디로 얕보더군요. 정말 ‘말’ 안 듣는 ‘말’이었습니다. 그래도 천만다행히 첫 날은 안 떨어지고 무사히 넘어 갔습니다. 하지만 말 등에 붙어 있느라고 용을 써야 했기 때문에 완전히 기진맥진해서 돌아왔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후로도 쭉 말을 타러 갔습니다. 자꾸 타다 보니, 이 녀석들도 성격들이 제 각각이더군요. 초보가 올라타도 말 잘 들어 주는 착한 놈, 초보가 올라 타기만 했다면 성깔 부리다 채찍 맞는 녀석, 초보가 올라타나 고수가 올라타나 성질 아주 더러운(?) 짓 하다가 채찍 한참 맞을 녀석 등등…. 어쨌든 말들은 대부분 성질이 별로 안 좋다는 사실 정도는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이런 맞을 짓 하는 녀석들도 쉽게 컨트롤 할 수준은 되었지만 그 때는 초보였기 때문에 말에서 떨어진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특히 그 말들 중에는 아직도 저를 무지무지하게 무서워하는 녀석이 있습니다. 꽤 젊었던 녀석인데 그 당시는 이제 갓 데뷔(?)했을 때라 누가 올라타건 말은 안 듣고 좋아하는 암말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 다니던 녀석이었습니다. 딴 말들이 그 녀석이 가까이 올라치면 다 피해버릴 정도였으니까요. 얼마나 개구쟁이, 사고뭉치인지 그 녀석 여동생마저도 그를 싫어해 가까이 오기만 하면 뒷발을 뻥~ 날리곤 했습니다.



‘으~ 정말 운이 나빴던 거였을까요?’ 하필이면 달리기 연습해야 되는 날 그 녀석을 타게 된 게 아닙니까. 전 그 날 말에서 처음 떨어져 봤습니다. 그 후로도 무수히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게다가 그 녀석은 타고 있는 사람이 마음에 안 들면 가끔 사람 다리를 물려고 드는 버릇까지 있습니다.



또 가끔은 딴 말 엉덩이랑 옆구리 등을 물거나 물려고 하는 등 정말 망아지 같은 녀석입니다 (진짜로 망아지인 건 맞지만). 어쨌든 그 날 그 녀석은 저한테 비 오는 날 뭐 패듯이 저한테 엉덩이를 엄청 꽤나 맞았습니다. 하긴 요즘도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말을 안 듣다가 매를 벌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곁에만 가면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발 딴 말 좀 타주세요, please!’ 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또 눈 여겨 보니 말들도 서로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녀석들이 있고, 좋아하는데 상대는 싫어해 한마디로 짝사랑하는 말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조랑말은 작은 고추가 맵다고 딴 말들이 크거나 작거나 상관없이 자꾸 싸우려고 해 격리수용까지 당한 녀석도 있습니다.



굴러 떨어지고 물리고 뜯기고 하는 아픔을 이겨내고서 이제는 아주 능숙하진 못하지만 그럭저럭 말을 잘 타게 되었습니다. 요즘 승마장 갈 때는 이른 아침에 가는데 그래야만 원하는 좋은 말을 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저 보다 훨씬 먼저 나와 좋아하는 말을 찍어 놓는 키위 여자애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도 제가 좋아하는 말이 당연히 있습니다.



아침에 일찍 가면 풀밭에 풀어 놓은 자기가 탈 말을 잡아와야 하는데, 저만 보면 그 녀석은 슬슬 뒷걸음 치다가 이내 뛰어서 도망을 갑니다(내가 그렇게 무섭나?). 그래서 잡으러 갈 때는 항상 먹을 걸 가지고 가 살살 꼬드깁니다. 하지만 일단 올라타면 제 말은 정말 잘 듣습니다. 왜냐면 맞기는 싫을 테니까요.



뉴질랜드에서 말 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직 없으시다면 한번 시도해 보세요. 처음엔 힘들지만 꾹 참고 하다 보면 차차 좋아지고, 또 학교에서 못 배운 뭔가를 알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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