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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의 아주 스페셜한 친구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제 친구 이름은 ‘자’, 태국에서 왔습니다. 이름이 좀 너무 심플하죠? 근데 이건 본명이 아니고 닉네임이랍니다. 보통 태국 사람들은 본명이 길고 발음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닉네임이 많더군요. 근데 정말 자의 본명이 뭐였더라?



제가 자를 처음 만난 곳은 그 애가 뉴질랜드에 처음 온 금년 초 학교에서였답니다. 그 애는 제가 중국어 교재를 들고 있는 걸 보고 자기도 배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 강사료도 아낄 겸 같이 배우자고 했지요.



그로부터 자는 일주일마다 한 번씩 학교에서 달려오면 겨우 5초밖에 안 걸리는 저희 집에서 같이 중국어 교습을 받았습니다.



저희 집에 자가 처음 왔을 때 저희 부모님께선 깜짝 놀라셨답니다. 그 애가 당연히 제 한국 친구인줄로만 알았거든요. 자는 꼭 한국인처럼 생겼고 한국말도 곧잘 하다 보니 스치듯 지나치다 보면 한국인으로 착각하기 쉽거든요.



자는 그야말로 ‘암기의 명수’입니다.(그러니까 한국말을 불과 3개월 만에 어느 정도 마스터한 것이겠죠?). 그 앤 정말 언어를 배우는 데는 타고난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저도 앞으로 두 발작 갔다 뒤로 또 한 발작 처지곤 하던 중국어가 좀 더 빨리 늘었던 것 같습니다.



자가 뉴질랜드에 오기 전 태국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한창 인기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도 꽤 많았다고 합니다. 자도 태국에 있을 때 한국어를 한 3개월쯤 배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여기서도 한국어를 더 배우고 싶다고 해 제가 학원을 소개 시켜주기도 했습니다. 제 친구는 엄마랑 동생이랑 한국에 한 번 갔다 왔다고 도 합니다.



서울의 두타, 동대문 시장, 버스 터미널 등등 한국에 갓을 때 제가 그 전에 한국 살 때 다녔던 곳들을 모두 다녀보았더군요. 저희는 둘 다 한국에 무지무지 가고 싶어서 이 담에 제가 돈을 모으면(어느 세월에나 모일지…) 꼬~옥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그 앤 역시 한국 드라마도 좋아해 저희를 가르치던 중국인 여자 선생님과 한국 연속극에 대해서도 열심히 이야기하더군요. 왜냐하면 제 중국어 선생님 역시 한류 우먼이었거든요.



둘은 거의 모든 최신 한국 연속극에 대해 내용을 줄줄이 꿰고 있어 관심 없던 저와 엄마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전 도통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벙벙했고, 두 사람은 오히려 저보다 한국 배우들 가수들에 대해 더 많이 그리고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빠가 가끔가다 새 한국영화를 가지고 오시면 저녁도 먹고 갈 겸 해서 같이 보곤 했지요. 저녁 메뉴로는 역시 자가 좋아한다는 된장국, 김치 등 한국요리가 주였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요즘 한국 애들 중에는 이런 한국요리를 안 먹는 애들도 많지 않습니까? 솔직히 저도 마찬가지로 김치, 된장국에 손이 잘 안 가는데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외국인이 이런 것들을 좋아한다니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년 동안 정말 친해진 친구가 하필이면 딱 일년 동안만 장학생으로써 유학 온 친구라니…. 연말이 돼 헤어짐을 앞두고 제가 느끼는 섭섭함은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자는 태국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그래도 같은 뉴질랜드 안인 웰링턴의 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그 대학의 파운데이션 과정에 입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 멀리 태국으로 다시 가버리면 다시는 못 보게 될지도 못할 거라고 한참이나 불안했던 제 마음도 다소 안심이 되더군요.



금년 NCEA 시험이 막 끝난 다음 날, 자를 저희 집으로 저녁 먹으러 오라고 초대했습니다. 그리고 저녁 먹은 후 저희 집에서 가까운 ‘Sign of Kiwi’에도 가보고 그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리틀톤 항구에도 가고 인근 해변에서 사진도 좀 찍고 그랬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고 어둑어둑해져 어차피 당분간 못 보게 될 테니 자에게 아예 자고 가라고 말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한바탕 노래방 기계를 가지고 놀았는데 역시나 한국 노래를 저보다 좋아하고 많이 들어서인지 특히 최신 노래는 모르는 게 없더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보다도 한국 노래를 더 잘 부르더라구요.



“미칠듯~ 사랑했던~ 기억이~ 추억 속이~”



어찌나 잘 부르던지 그 애가 부르던 노래가 아직까지도 귀에 생생합니다. 저는 4년 동안 영어를 배웠지만 영어 노래를 그만큼 잘 부르지 못하는 데 말이죠(음치라서 그런가?) 그 뒤에는 영화보고 뭐 그러고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하다가 새벽도 아닌 이른 아침에 자러 올라 갔습니다.



오늘도 저는 그 애한테 이 말 저 말, 쓸 데 없는 말을 주절주절해서 엄청 긴 메일을 써 보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면 실례라는 걸 알면서도 역시 학교에서 재잘재잘 떠들어 대던 버릇을 못 버려서인가 봐요.



자의 꿈은 UN에서 일하는 것이랍니다. 역시 뜻있는 사람은 다른가 봅니다. 그 앤 집 떠나 먼 이 곳에 와서도 꿋꿋하고 사교성도 좋아 친구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또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걸 보니 아마도 머지않아 그 애 얼굴을 티브이서 볼 날이 멀지 않은 것도 같습니다.



자! 웰링턴에서도 잘 지내야 돼! 그리고 다음에 크라이스트처치 오면 당연히 우리 집에도 또 올 거지? 그때까지 안녕.



참 그리고 한 해 동안 별로 재미 있지도 못한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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