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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들은 왕소금 짠돌이?"

샐리의 NZ 들여다보기 조회 수 3377 추천 수 0 2009.09.21 12:19:11
이곳에 이민을 온 지 얼마 안돼 어느 한국 분이 뉴질랜드에 대해 쓴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그 책의 작가께서는 내내 계속 뉴질랜드인들이 정말 짠돌이들이라고 불만스럽게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그래서 저 역시 그 당시는 “정말 그런가 보다.”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6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는 제 키위 친구들이 그렇게 짜다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아! 물론 키위들의 그 유명한 ‘더치페이’를 보고 짜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요. 그런데 보통 한국사람들이 생각하는 ‘더치페이’는 자기가 먹은 음식과 음료수 값만 낸다고 생각하시는데 이곳 키위들이 생각하는 ‘더치페이’는 그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곳 키위들은 먹고 나서 돈 낼 때 일일이 계산하지 않고 전체비용을 머릿수로 나눠서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럴 때 조금이라도 이득을 보는 사람은 제일 많이 먹었던 사람이겠지요.



그런데 이 경우는 보통 싼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 음식점에 같은 곳에서만 해당되는 것이고, 아주 비싼 레스토랑(1인분 정식이 한 30~40 달러 정도 하는)에 가면 그 때 키위들이 하는 계산방식인 ‘더치페이’가 바로 한국 분들이 이야기하는 ‘더치페이’가 돼 그 때는 자기가 먹은 음식값만 내더군요.



이런 법칙은 다른 곳에서도 적용이 됩니다. 제가 11학년 때 학기말에 친구들이랑 돈을 모아서 선생님께 꽃다발을 사드린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그 전날 꽃다발을 사는 당번이 됐는데 그런데 이 꽃 저 꽃을 골고루 사다 보니까 당초 예산을 훨씬 넘긴 꽃다발이 되고 말았습니다.



원래는 그 다음 날 반에서 한 사람 당 2 달러씩을 거두기로 했었지만 저는 “뭐 그럴 수도 있지, 넘는 건 내가 그냥 내지 뭐.” 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며 그 다음날 학교에 갔습니다. 그런데 돈을 걷기 전 제 친구 하나가 꽃다발이 얼마였냐고 묻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솔직하게 말했지요. 예산보다 좀 비쌌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그것은 불공평하다면서 다른 친구들이랑 의논해 바로 그 차액을 메워주더군요.



저는 그 때 한편으로는 엄청 감동도 했지만 그 이후 경험을 통해 솔직히 말하자면 키위들이 항상 ‘공평’ ‘공평’하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정직하다는 키위들도 돈 꿔간 후 안 갚을 때도 있거든요. 저도 친구들의 이런 짓에 처음에는 약간 놀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상처를 받기도 했지요. 지금은 안 그렇지만 지금보다 어렸던 그 때 저한테는 애들한테 꿔주었던 몇 달러도 사실 작은 돈이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가만히 보면 제 또래 키위들은 서로 허구한 날 돈을 꾸고 또 안 갚고, 그러고 나서도 또 돈 꿔주고 또 안 갚고 그러거든요. 만약 짠돌이들만 모였다면 이러기가 쉽지 않겠지요. 어떻게 보면 한국인들보다 친구들 사이에는 돈 개념이 더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큰돈을 가지고는 절대 그러지 않습니다. 큰 돈은 꼭꼭 갚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곳 애들이 한국사람들보다 그렇게 짜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한가지 더 있습니다. 사실 별로 좋은 이유는 아니지만 말이에요.



그 이유는 이곳 애들이 물건을 별로 안 아낀다는 것입니다. 한국에 있었을 때 항상 ‘절약’이라고 큰 글씨로 쓴 표지판이 학교 화장실과 교실, 심지어는 지하철역 화장실까지 붙어있었는데 여기서 그런 건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곳 애들이 평소 엄청 아끼는 생활이 몸에 붙어서 그런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나 보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저의 그런 생각은 얼마 못 가 여지 없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학교에 들어간 얼마 안 된 날이었습니다. 그날 무슨 글쓰기를 하는데 애들이 그 넓은 A4 용지에 한 줄을 쓴 다음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그냥 줄을 좍좍 그어버린 후 꽉꽉 구겨서 쓰레기통, 그것도 재활용통도 아닌 데다 그냥 막 던져 넣더군요. 세상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저는 종이를 함부로 쓰는 게 가장 큰 죄악 중 하나라고 배웠는데 말입니다. 이거 제가 너무 짠 걸까요?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정말 이상한 건 그런 애들이 공책은 엄청 아낀다는 사실입니다. 키위 애들은 절대로 공책을 찢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것이 스프링 달린 공책일지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키위들 앞에서 제가 공책을 찢기라도 하면 정말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이상한 사람’을 쳐다 보듯 말입니다. 왜 그럴까요? 솔직히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보다 헤프고 또 어떻게 보면 우리보다 짠 그들의 아리송한 사고방식, 이것은 이민 온 제가 여기 살면서 영원히 공부해야 할 토픽인 것 같습니다.



“키위들은 과연 짠돌이들일까요? 아니면 아닐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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