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넷질랜드에 연재된 글 및 칼럼을 모아 놓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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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저는 이 곳 키위들이 타고난 애국자들이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그런 모습은 이곳 뉴질랜드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갖가지 광고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외국여자, 아마 프랑스 계통의 여성인 것 같던데, 키위 파트너 옆에 앉아 외국어로 신나게 떠들던 이 여성이 갑자기 키위 파트너가 갖다 준 뉴질랜드 고유 잼인 ‘Marmite’를 먹더니 전형적인 키위 여자로 변해가는 광고가 있습니다.
또 키위(새)들도 좋아한다는 스프, 그리고 토종은행이라고 주장하는 키위뱅크의 광고 등 키위들의 깊은 애국심을 이용하려는 광고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근데 그 키위들의 애국심이 얼마나 강한지, 특히 텔레비전에서는 라이벌 나라라고 할 수 있는 호주를 아예 대놓고 비난까지 합니다. 말씀 드린 키위뱅크의 광고가 대부분 그렇지요.
호주의 두 은행직원들이 나와서 뉴질랜드를 돌아다니는데, ‘파카타네(Whakatane)’의 스펠링을 호주식 발음으로 읽어, ‘와카테인’이라고 비하한다느니 혹은 그들이 뉴질랜드를 침략한다느니 하는 내용의 광고들 말입니다.
그리고 또 어떤 보험회사는, 호주와 그리고 몇몇 다른 나라들이 이렇고 저렇고 한 뉴질랜드의 유명한 상징물들을 빼앗아 갔으니 빨리 우리 보험회사에 가입하라는 광고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다 보면 호주와 뉴질랜드, 프랑스와 영국,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각 나라마다 라이벌 나라들이 하나씩은 꼭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호주와 뉴질랜드 두 나라를 단순히 크기만 가지고 비교해 보자면, 세계 ‘7번째 대륙’이라고도 불리는 호주에 비해 뉴질랜드는 너무도 작은 섬입니다. 그래도 키위들은 하나도 기죽지 않고 호주에 사사건건 달려드는 걸 보게 되면 가끔은 헛웃음도 납니다. 특히 럭비와 크리켓, 넷볼에서는 거의 죽자 살자 싸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뉴질랜드와 호주의 관계에서 참 특이한 것은 서로 대놓고 놀려댄다는 사실입니다. 전 사실 한국에 있었을 때 일본을 대놓고 비난하는 광고를 한번도 본 기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제 생각에는 그런 광고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왜냐하면, 호주와 뉴질랜드의 ‘오냐 오냐’ 하는 관계에 비해 일본과 한국은 너무도 ‘센서티브’한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역사적으로도 이 두 관계를 간단하게 비교할 수는 없겠죠. 왜냐하면 한국과 일본의 애증이 뒤섞인 역사는 호주와 뉴질랜드 관계보다는 한참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고 역사도 훨씬 복잡하니까요.
그러나 아무리 키위들과 호주 간의 역사가 짧아도 그들이 맞붙을 때 보면 키위들의 애국심은 절대로 물렁물렁한 것이 아니더군요. 어떤 때는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절대로 덜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몇 주전 어느 날 라디오를 켰는데 ‘왕가누이(Wanganui)시’의 시장인 ‘마이클 로’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는 정치인으로 한 시의 시장이기도 하지만 방송인으로도 꽤 알려진 사람입니다. 그날도 역시 그는 한 토크쇼에서 아주 피 튀기는 토론 혈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 날 그의 적수는 어느 마오리 여자였는데 아마도 정치계의 한 인사인 것 같았는데 누구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어쨌든 이들은 서로의 말을 중간에 수시로 잘라가며 그 빠른 혀로 피 터지게 싸웠는데 그 토론의 토픽을 듣고 저는 순간적으로 웃었습니다. 그날의 토픽은 ‘왕가누이(Wanganui)’ 라는 지명의 ‘H’자를 넣느냐 마느냐였습니다.
마이클 로는 지금 와서 지명에 ‘H’를 넣으면 번거롭고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었고, 이에 맞선 마오리 여성은 그 마오리 지명의 스펠링이 잘못 되었다면 아무리 성가셔도 지금이라도 고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그 여성은 이미 그 곳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자기 가게 이름에 왕가누이를 넣을 때(예를 들어 왕가누이 데어리 등) 대부분 ‘H’자를 넣고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대략 한 시간 정도 후 라디오를 끄기 바로 전까지도 그들은 이 문제로 계속 티격태격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라디오 호스트는 시청자들까지 전화로 불려 들여 그 둘에게 시청자들의 의견을 들려주고 시청자들까지 토론에 가세하게 하더군요.
어쨌든 알파벳 하나에 불과한 ‘H’ 자 하나 때문에 한 도시의 시장이 한 시간이 넘게 그 난리라니, 제 생각에는 한국에서는 상상하기가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일이 마이클 로와 마오리 여성의 애국심하고 얼마나 크게 연관이 있는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기 나라와 자기 고향을 사랑하고 또 자기들 역사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인 것만은 분명하지 않을까요?
이처럼 보셨듯이 키위들의 애국심도 우리 한국인의 애국심만 못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할 지도 모릅니다. 한국인들이 독도나 김치를 위해서 싸울 때 키위들 역시 ‘H’자를 위해 치고 박고 싸우고 있으니까요.
제 생각엔 어느 나라 사람이 가진 애국심이 크던 작던 간에 더 중요한 것은 애국심 그 자체라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우리가 어느 나라 땅에서 태어났던지 간에 우리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나라가 아무리 싫다고 해도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지금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한 잘못됨이자 자신의 조국에 대한 잘못됨도 된다고 여겨집니다. 한 나라 사람이 외국에서 저지른 나쁜 일은 그 곳에 있는 같은 나라 출신의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어쨌든 저와 여러분 모두, ‘한국과 뉴질랜드를 모두 사랑하는 사람들’이 됐으면 하는게 샐리의 바람입니다.
외국여자, 아마 프랑스 계통의 여성인 것 같던데, 키위 파트너 옆에 앉아 외국어로 신나게 떠들던 이 여성이 갑자기 키위 파트너가 갖다 준 뉴질랜드 고유 잼인 ‘Marmite’를 먹더니 전형적인 키위 여자로 변해가는 광고가 있습니다.
또 키위(새)들도 좋아한다는 스프, 그리고 토종은행이라고 주장하는 키위뱅크의 광고 등 키위들의 깊은 애국심을 이용하려는 광고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근데 그 키위들의 애국심이 얼마나 강한지, 특히 텔레비전에서는 라이벌 나라라고 할 수 있는 호주를 아예 대놓고 비난까지 합니다. 말씀 드린 키위뱅크의 광고가 대부분 그렇지요.
호주의 두 은행직원들이 나와서 뉴질랜드를 돌아다니는데, ‘파카타네(Whakatane)’의 스펠링을 호주식 발음으로 읽어, ‘와카테인’이라고 비하한다느니 혹은 그들이 뉴질랜드를 침략한다느니 하는 내용의 광고들 말입니다.
그리고 또 어떤 보험회사는, 호주와 그리고 몇몇 다른 나라들이 이렇고 저렇고 한 뉴질랜드의 유명한 상징물들을 빼앗아 갔으니 빨리 우리 보험회사에 가입하라는 광고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다 보면 호주와 뉴질랜드, 프랑스와 영국,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각 나라마다 라이벌 나라들이 하나씩은 꼭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호주와 뉴질랜드 두 나라를 단순히 크기만 가지고 비교해 보자면, 세계 ‘7번째 대륙’이라고도 불리는 호주에 비해 뉴질랜드는 너무도 작은 섬입니다. 그래도 키위들은 하나도 기죽지 않고 호주에 사사건건 달려드는 걸 보게 되면 가끔은 헛웃음도 납니다. 특히 럭비와 크리켓, 넷볼에서는 거의 죽자 살자 싸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뉴질랜드와 호주의 관계에서 참 특이한 것은 서로 대놓고 놀려댄다는 사실입니다. 전 사실 한국에 있었을 때 일본을 대놓고 비난하는 광고를 한번도 본 기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제 생각에는 그런 광고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왜냐하면, 호주와 뉴질랜드의 ‘오냐 오냐’ 하는 관계에 비해 일본과 한국은 너무도 ‘센서티브’한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역사적으로도 이 두 관계를 간단하게 비교할 수는 없겠죠. 왜냐하면 한국과 일본의 애증이 뒤섞인 역사는 호주와 뉴질랜드 관계보다는 한참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고 역사도 훨씬 복잡하니까요.
그러나 아무리 키위들과 호주 간의 역사가 짧아도 그들이 맞붙을 때 보면 키위들의 애국심은 절대로 물렁물렁한 것이 아니더군요. 어떤 때는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절대로 덜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몇 주전 어느 날 라디오를 켰는데 ‘왕가누이(Wanganui)시’의 시장인 ‘마이클 로’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는 정치인으로 한 시의 시장이기도 하지만 방송인으로도 꽤 알려진 사람입니다. 그날도 역시 그는 한 토크쇼에서 아주 피 튀기는 토론 혈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 날 그의 적수는 어느 마오리 여자였는데 아마도 정치계의 한 인사인 것 같았는데 누구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어쨌든 이들은 서로의 말을 중간에 수시로 잘라가며 그 빠른 혀로 피 터지게 싸웠는데 그 토론의 토픽을 듣고 저는 순간적으로 웃었습니다. 그날의 토픽은 ‘왕가누이(Wanganui)’ 라는 지명의 ‘H’자를 넣느냐 마느냐였습니다.
마이클 로는 지금 와서 지명에 ‘H’를 넣으면 번거롭고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었고, 이에 맞선 마오리 여성은 그 마오리 지명의 스펠링이 잘못 되었다면 아무리 성가셔도 지금이라도 고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그 여성은 이미 그 곳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자기 가게 이름에 왕가누이를 넣을 때(예를 들어 왕가누이 데어리 등) 대부분 ‘H’자를 넣고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대략 한 시간 정도 후 라디오를 끄기 바로 전까지도 그들은 이 문제로 계속 티격태격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라디오 호스트는 시청자들까지 전화로 불려 들여 그 둘에게 시청자들의 의견을 들려주고 시청자들까지 토론에 가세하게 하더군요.
어쨌든 알파벳 하나에 불과한 ‘H’ 자 하나 때문에 한 도시의 시장이 한 시간이 넘게 그 난리라니, 제 생각에는 한국에서는 상상하기가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일이 마이클 로와 마오리 여성의 애국심하고 얼마나 크게 연관이 있는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기 나라와 자기 고향을 사랑하고 또 자기들 역사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인 것만은 분명하지 않을까요?
이처럼 보셨듯이 키위들의 애국심도 우리 한국인의 애국심만 못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할 지도 모릅니다. 한국인들이 독도나 김치를 위해서 싸울 때 키위들 역시 ‘H’자를 위해 치고 박고 싸우고 있으니까요.
제 생각엔 어느 나라 사람이 가진 애국심이 크던 작던 간에 더 중요한 것은 애국심 그 자체라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우리가 어느 나라 땅에서 태어났던지 간에 우리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나라가 아무리 싫다고 해도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지금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한 잘못됨이자 자신의 조국에 대한 잘못됨도 된다고 여겨집니다. 한 나라 사람이 외국에서 저지른 나쁜 일은 그 곳에 있는 같은 나라 출신의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어쨌든 저와 여러분 모두, ‘한국과 뉴질랜드를 모두 사랑하는 사람들’이 됐으면 하는게 샐리의 바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