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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한국의 한 잡지사에서 새로운 여성잡지를 만들 예정이었는데, 이 회사는 가십거리로 구색을 갖춘 기존 여성잡지와는 차별되는 참신한 기획 하에 잠재고객인 여성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조사에 응한 여성들이 하나 같은 말은, 그러한 가십거리에 열 올리는 잡지와 차별되는 잡지가 나온다면 꼭 사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설문조사 결과에 힘을 얻은 잡지사에서는 자신들의 잡지가 나오게 되면 분명 대박일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런 참신한 기획에 자부심을 느끼며 드디어 기존의 여성잡지와는 아주 차별화된 잡지가 탄생되었습니다.

-여성이 정말 필요로 하는 기사들로만 가득 찬, 광고와 가십거리가 전혀 없는 잡지-

그런데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한마디로 참담했습니다. 그렇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겠다던 사람들이 잡지를 보고 하는 말은, 도대체 볼거리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타들 가십거리를 빼고, 광고회사들 선전문구를 빼고 나니 정말 재미가 없다. 광고가 주는 재미도 있고 아무개들의 사생활 이야기도 그런대로 재미있더라는 결론이었지요.

뉴질랜드 잡지에도 파파라치들에 의해 올려진 헐리우드 스타들의 사진과 이야기를 비롯해, 벌써 고인이 된 지가 언제인 지도 모르는 다이애나 왕세자비 이야기와 영국 왕실 이야기가 잊혀질 만하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걸 보면, 그러한 가십거리에 열 올리고 궁금해하는 사람 심리는 동, 서양이 다르지 않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요즘 뉴지 날씨가 좋아서인지 차를 타고 가다 보면 폼 나게 오픈카 지붕을 열어 제치고 운전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목격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끔, 추워서 내복까지 껴입고 다니는 쌀쌀한 날씨도 불구하고 폼 잡으며 오픈카를 타는 사람들을 보면, 꼭 저러고 싶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아마도 저처럼 감탄하며 봐 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 추위에 그렇게 차 지붕 연 채로 다니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명품을 온 몸에 휘감고 다니는, 제가 아는 한 아줌마가 있습니다.

가방에서부터 옷은 물론이고 신발까지 명품 아니면 상대를 안 한다고 하니, 만약 루이비똥이 뭔지 몰라 감탄사를 연발하며 봐 주지 못하는 저 같은 사람만 있다면 그 아줌마 얼마나 맥이 빠질까 싶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좋든 나쁘든, 남의 일에 관심도 많고 또한 남으로부터 관심도 받기를 바라며 살기도 합니다

와~, 저 오픈카, 무지 나이스한데? 꽤 비쌀거야? 감탄스런 눈빛으로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행복한 사람들, 톰 쿠르즈의 딸 수리의 사진이, 영국 왕실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 연예인 가방엔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해하는 사람들.

이민 차 도착해 비행기에서 채 내리기도 전에 그 사람에 대한 신상이 모조리 파악된다는 이민사회도 또한 관심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가십거리를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정말 몇몇 소수를 빼고는 다 그렇게 나 아닌,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기가 무지 힘이 듭니다만, ‘남이사 전봇대로 이빨를 쑤시던 뭔 상관인가?’ 하는 그런 걱정일랑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정말로 전봇대를 뽑아 이쑤시개로 사용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입니다.

'넉넉히 40, 50년 후면 우리들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짧은 삶을 우리는 왜 남을 위해, 남의 눈을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가.' 어느 작가가 한 이 같은 말에 공감하는 바가 큽니다.

어느 날, 인터넷에서 우연히 한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넓고 넓은 우주에서 보이는 작은 지구의 모습이었습니다.

너무나 작아서 마치 우주에 떠 있는 하나의 작은 먼지 같은 지구. 우주 과학도뿐 아니라 시를 사랑하는 이들도 모두 사랑할만한, 감동과 깊은 성찰을 일으키는 사진이었습니다.

사진의 별칭은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탐사선 보이저 1호가 1990년 6월 명왕성 부근에서 촬영한 사진 속에서의 지구는 그저 희미한 빛을 내는 작은 점에 불과합니다.

17년 전 40억 마일(약 64억 km) 밖에서 촬영한 지구의 사진이 아직까지도 해외 네티즌들의 시선을 거듭 잡아 끄는 이유는 깊은 성찰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칼 세이건 이라는 천문학자는 이 창백한 푸른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여기 있다. 저것이 우리의 고향이다. 저것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봤을 모든 사람들,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그곳에서 삶을 영위했다. 우리의 기쁨과 고통이 총합,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적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의 지도자들, 인간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저기 -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 에서 살았던 것이다.”

말하자면, 사진 ‘창백한 푸른 점’은 인간 존재와 인류 역사 그리고 지구가 얼마나 작은지 깨닫게 하고, 사소한 욕망 확신 분노 따위가 덧없는 것임을 절실히 느끼게 만드는 ‘마술적 힘’을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가장 시적이며 철학적인 우주 사진이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돈이 아무리 많든, 아무리 잘났든, 나를 봐 주는 내 이웃이 없다면 무슨 가치와 의미가 있을까요. 불어터진 월남국수 한 그릇도 안 사는 인색한 아줌마가, 한국에 두고 온 금송아지 이야기를 하더라도 속에서 부글부글 된장국을 끓이지는 말아야 할 일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커다란 지구가, 저 넓은 우주 속에서는, 썸너 바닷가의 작은 모래알보다 더 작은 존재이니... 그 모래알 보다 우리는 더욱 더 작은 존재에 불과하니….

50년 후면 내 곁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내 소중한 삶의 겉모습에만 신경 쓰며 살지 말고 내 모든 이웃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길, 그리하여 더욱 행복한 교민사회가 되길 새해를 맞아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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