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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서 돈을 벌지?

크레파스 이민스케치 조회 수 3790 추천 수 0 2008.02.01 13:49:23
’좋아하는 일을 해야,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돈을 번다는데, 이론적으로야 누가 모르나?’

그래도 ‘어찌해야 돈을 벌까?’ 내 말에 한 아줌마가 "나 오늘 쉽게 이 천불 넘게 벌었어" 합니다.

"뭐해서?"
"골프연습장 가려다 안 갔으니 공 값 굳었지."
"외식할 거 안하고 그냥 라면으로 때웠으니 월남국수 값 굳었지."
"한국 한번 나가려다 안 나갔으니 2천불도 굳었지."

아~ 그런 식상된 농담 말고, 어찌해야 진짜 돈을 벌 수 있는지 알려 달란 말이야.

그런데 사실, 아줌마의 그 말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버는 것 못지 않게 아끼는 것도 돈 버는 일이니까요.

일례로 이곳 뉴지는 무엇 하나 하려고 해도 인건비가 비싸다 보니 소소한 페인트칠은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한 건 다 스스로 해결을 해야 하다 보니 개러지 안은 그런 연장이나 도구들로 넘쳐나기도 합니다.

처음 이민 와 식구들 헤어 컷을 직접 하겠다고 나선 적이 있었습니다. 딸 아이들 헤어야, 긴 머리 조금 짧은 단발로 해 주는 것이니 쉽게 생각하고 달려들었는데, 오른쪽 왼쪽의 밸런스를 맞추다 보니 머리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처음 어깨 위까지 정한 길이는 귀 끝까지 삐죽 빼죽 올라가 딸 아이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더 큰일은, 아들 애와 남편의 헤어 컷이었습니다. 잘라내도, 잘라내도 머리 숱이 없어지질 않아, 용기를 내어 조금 더 과감하게 자르다 보니 전체적인 모양이 우습기가 그지없었습니다.

전문 미용사한테 가면 한 이십 분이면 다 깎을 머리를 2시간 넘게 잡고 끙끙거렸으니, 결국은, 두 시간 동안 인내심을 발휘한 남편과 어린 아들은 할 수 없이 한동안 맹구 머리로 나 다녀야 했었지요. 이 모든 일이 돈 좀 절약 해 보자는 알뜰한 생각에서 나온 거였습니다.

이민 초창기엔 우리 입에 맞는 외식문화도 발달되어 있지 않아, 나가서 먹을만한 곳을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금가마니에서 떨어지는 간수로 직접 두부까지 만들어 먹었고, 탕수육, 자장면, 짬뽕, 머핀에 케익까지 집에서 뚝딱 뚝딱 요리사처럼 다 만들어 내니 한국에서는 별 볼일 없던 아줌마들의 음식솜씨가 일취월장하고 더불어 외식 값도 절약되었지요.

지금은 장보는 게으름을 부려도 24시간 하는 슈퍼도 생겨나 느긋하게 밤 쇼핑을 보러 가기도 하지만, 자주 장보기가 귀찮고 힘들다 보니 아직까지도 이것저것 많이 사와서 냉장고에 냉동고에 잔뜩 넣어놓고 먹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잊어먹고 미처 꺼내먹지 못한 재료들이 잔뜩 쌓여, 일주일, 이주일, 한 달, 두 달 그러다 어느 날 마음먹고 냉동고 청소를 하는 날은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직행을 해 버리는 것들도 꽤 나오게 됩니다.

그러니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버리는 것 없이 절약하는 것도 간접적으로 돈을 버는 것이니, 인터넷에 나와 있는 온갖 절약법을 들여다보면,

‘전기코드는 안 쓸 때는 다 뽑아둔다.’
’월남국수 값이 너무 올랐으니 대신 칼국수나 수제비로 대체한다.’
’냉장고 냉동고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메모지에 써서 냉장고 위에 붙여놓고 체크한다.’
’김밥 싸고 남은 재료로 다음날은 나물만 몇 가지 더 추가해 비빔밥을 해 먹는다.’

등등 사실, 찾아보면 이렇게 절약할 수 있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냉동고를 뒤져보자. 거기에 그 동안 잊어버리고 못 먹은 것들이 수두룩하니 쌓여있을 수 있다. 그것만 잘 챙겨도 며칠은 거뜬히 견딜 수가 있다. 더구나 몸이 가벼워진 냉동고나 냉장고 전기세도 절약된다.

우리 집 냉동고를 들여다보니, 세일 때 사 넣어둔 닭고기에, 비상 시에 먹으려고 사 논 삼겹살에, 만들어서 넣어두고 잊어버린 함박스텍 두 조각에 생선 세 마리, 잔뜩 만들어 놓은 만두, 그리고 먹다가 남겨 둔 연어 반 토막, 그뿐인가 먹다가 넣어둔 떡도 있고, 묵가루에 오징어 젓갈도 있었습니다.

냉장고안에도 먹다가 만 야채들이 많으니(호박에 오이, 양상치, 브로콜리 등등), 이런 것들만 잘 챙겨봐도 며칠 장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개러지 세일을 하면서 내 놓은, '헤어 컷 기계' 를 보니 새삼 이민 초창기 때 일이 떠올라, "이 참에 다시 한번 시도해 볼까? 그러면 헤어 컷 하는 값 절약 될 텐데." 하니, 그 말을 들은 아들 녀석이 그 기계를 젤 앞에 내다 놓습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시도했다가는 아마도 팔, 다리, 어깨의 약값이 더 들지도 모르니, 집안 구석 구석을 알뜰살뜰 챙기는 지혜, 주부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의 절약을 실천만 잘 해도 그것이 바로 돈 버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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